여행하기엔 봄가을이 좋다지만 더 짧아진 봄가을의 주말에는 너도 나도 나들이를 가기에 붐비는 게 싫은 저는 여름 겨울 방학의 평일을 이용해 여행을 갑니다. 일 년에 한 번은 퇴직한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1박 2일을 하는데요. 올 겨울에는 한국 관광 공사가 선정한 웰니스 스테이 아원 고택을 중심으로 완주 여행을 다녀왔어요. 많은 여행들이 식도락을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아원고택 대표님은 이곳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명상'의 공간이길 바랍니다. 그런 이유로 숙소엔 TV, 냉장고 등 인공적인 소리를 내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바람, 낙엽, 발자국, 물소리가 어우러집니다. 고요하고 평화롭게 쉬다 온 아원고택을 소개합니다.
웰니스 뜻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웰빙(Well-being)과 건강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의 합성어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균형 잡힌 상태 및 이를 추구하는 전반적인 활동을 일컬음.
한국 관광공사 선정 우수 웰니스 관광지
https://korean.visitkorea.or.kr/other/otherService.do?otdid=287776d6-8939-11e8-8165-020027310001
명상을 위한 공간, 아원
아원(我園), 우리 모두의 정원이라는 뜻입니다. 아원고택 대표이자 아트 디렉터인 전해갑 님은 42년 전 이 땅을 사들였고, 25년을 궁리했고, 15년 동안 네 채의 한옥을 전국 각지에서 옮겨 왔습니다. 한옥은 밖에서 봐도 좋지만, 안에 앉았을 때 더 좋습니다. 차경(借景), 경치를 빌릴 수 있기 때문이죠. 터를 먼저 두고 한옥을 옮겨 왔기에 차경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아원의 모든 창은 넋놓고 바라볼 수 있는 자연이 흐릅니다.
아원 고택 숙박객들은 안쪽에 주차를 하고 저 길고 좁은 문으로 체크인을 하러 갑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명상을 위해 긴장과 이완을 연결하는 구조를 설계했다고 합니다. 좁은 통로를 따라 가면 큰 공간이 나오고 다시 좁은 통로로, 탁 트인 공간에 잠시 머물러 공간의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겨울 코끝이 시리지만 틈틈이 마당을 거닙니다. 몇 걸음 가지 못해 이내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공간들이 많습니다. 꽁꽁 언 연못들, 가지런히 쌓아 놓은 담장, 대나뭇잎 소리가 기분 좋은 산책길에 마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부자연스럽게 얽혀 있는 생각들, 일상에서 쌓인 묵은 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내려놓게 됩니다. 공간이 주는 힘을 실감합니다.
아원고택 차경
아원고택의 집들은 차경을 위해 넓고 낮게 창이 나 있습니다.
아원고택 대표님은 '한옥은 수백 년 이야기가 담긴 고가구다'라고 표현합니다. 한옥 네 채는 각자 다른 지역에서 왔습니다. 연하당(사랑채)과 설화당(안채)은 경남 진주 지수면에서, 만휴당(천지인)은 전북 정읍에서 또 서당은 전남 함평에서 옮겨 왔습니다. 집을 옮긴다, 이축이라는 개념을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요. 한옥은 못 하나 박혀 있지 않고 퍼즐처럼 조립 가능하다고 하네요. 그렇다고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지붕을 떼내는 데만 며칠이 걸립니다. 나무 기둥, 숟가락을 걸어 잠그던 문고리까지 분리해 옮기니 섬세하게 조금씩 조금씩 작업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채를 옮기는 데 3~4년이 걸린답니다.
한옥의 이축 이야기를 들으며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성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을 모두 쏟아 만든 공간이기에 머무르는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구나. 말이 필요 없구나. 하는 끄덕임이 계속 되었습니다.
우리의 눈길이 차경을 향할 수 있도록 모든 공간에 최소한의 물건을 둡니다. '내 것이 있으면 앞이 안 보인다. 내 것이 없을 때, 앞에 있는 게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져요.'라고 공간 철학을 말씀하십니다. 와이파이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으니 자연스레 밖을 보게 됩니다. 또 함께 하는 사람을 보게 됩니다.
절구인지 맷돌인지 모를 돌 대야들이 방 안에 놓여 있어 차를 마시기가 참 좋습니다. 시부모님과 함께지만 어색하지 않습니다. 차를 마시며 한 방향으로 종남산을 바라보는 시간이 참 편안했습니다.
밤에도 마당에 나와 아버님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참 좋다!"와 같은 감탄사가 이어집니다.
이튿날 아침, 차담
숙박객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다도 시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머무른 천지인 한 켠에서 진행됩니다. 전주에서 다도 전문가가 아침 일찍 올라오셨습니다. 8시 30분 조식을 먹고 한 30분 쉬었다가 차담이 진행됩니다. 발효차를 대접해 주셨습니다.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부드러운 차였습니다.
위에 썼던 대부분의 이야기가 이 차담을 통해 알아진 내용입니다. 대표님과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 오신 분이라 아원고택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 주십니다. 같은 풍경인데 알고 보니 또 다르네요. 부모님들이 한참 창 밖을 보십니다.
처마 아래 종남산과 그 아래 반영된 종남산이 아원고택의 포토존이자 시그니처입니다. 저 깨끗한 반영을 즐기기 위해 부지런히 물청소를 하신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감사했습니다. 대표님은 직원이 입사하면 제일 먼저 정원에서 작은 들꽃을 찾아 수반에 띄우라고 한답니다. 고객이 머물든 머물지 않든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을 품는 것을 알려주는 방법이랍니다. 숙소 곳곳에 작은 잎, 꽃, 과일을 올려두게 하면 굳이 청소를 잘하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네요.
오스 갤러리, 모든 것의 시작
아원고택 이전에 소양면에 가장 먼저 지어진 건물이 바로 오스 갤러리입니다. 지금은 저수지 오성제 풍경이 펼쳐지지만 40년 전 처음 지어질 때는 저수지가 없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민가가 세 채밖에 없었던 버스도 오지 않는 황량한 땅에 한 평에 3000원을 내고 2000평의 땅을 사들였다니. 경쟁이 아닌 '독점'을 하고 싶었답니다. 8년을 걸쳐 전국에서 폐목재를 얻어와 갤러리를 지었답니다. 어려운 상황이 창작으로 이어졌다고 지금은 이야기하지만 그 시간이 어땠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마당에 있는 김용택 시인의 한 문장이 대표님의 삶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흔을 맞이하며 하나의 철학으로 몇 십년의 시간을 들여 만든 공간을 통해 삶의 속도를 늦추어 봤습니다. 쫓기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이면에 민달팽이처럼 삶의 철학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소망이 생깁니다. 1박 2일 행복한 시간을 선사한 아원고택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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